일기2007. 11. 25. 04:38
마녀배달부 키키를 메가박스에서 보았다.

문득 내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를 볼 적마다 절정부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언제나 어느정도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 이건 마치 20년동안 미움받으며 증오하는 법만을 배워온 사람이, 20년동안 사랑하는 방법만을 배운 사람에게 안겨서 상대의 진심을 느끼는 순간과 비슷한 감각이랄까. 조금은 과도한 감동같지만 나름 그 감동을 잘 전달해주니까.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런 감동을 내가 받는다는 것이 약간 부끄러운 기분도 든다. 역시 이런 강력한 희망은 내 체질과 조금 다른 것 같다.



마녀배달부 키키를 보다보니 고양이가 주인공과 친구가 된다거나, 숲의 까마귀들을 화나게 해서 혼나는 장면같은 것이 나온다. 내 친구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뉴에이지'스러운 면이 있다고 했다. 자연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두고 본다는 점이 재미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중세의 서사예술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자연의 신을 화나게 하면 벌받는다는 민속적인 전설이나 설화적인 면모가 있는것 같다.

내가 영화를 만들더라도 이런 면들을 반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어느정도 신비주의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에서 좀 배워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연을 파괴하지 말고 우리 인간들과 동등한 취급을 하며 공존하자는 메세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냥 나같은 평범한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건 굉장히 무서운 옛날이야기(설화,전설)일 수도 있다. 세상에나, 식물들이, 벌레들이 보복을 한다니! 이런 호러블!
Posted by 홍(hong)